피를 마시는 새 3권 : 유혈의 지배자 [12장] – 모르는 것과 미루는 것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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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마시는 새 3권 : 유혈의 지배자 [12장] – 모르는 것과 미루는 것 4


거대한 검 이쑤시개를 휘둘러 앞쪽의 인간 병사 두 명을 ‘부 순’ 힌치오는 무리 오른쪽에서 일어나는 소란에 벼슬을 세웠다. 그는 검을 회수하며 무릎을 구부렸다가 훌쩍 뛰어올랐다.

잠깐 동안의 비행에서 힌치오는 볼 것을 대충 보았다. 엉겅퀴 여단의 병사들이 스카리 요새군의 우익을 두드리고 있었다. 전술 파악을 할 능력이 없기에 쥘칸이 급조한 사선진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힌치오는 제국군이 덩어리 지어 움직인다는 인상 정도 는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은 전투에 앞서 팔리탐 지소어가 미리 말해 준 것이기도 하다.

‘그들도 평소에는 우리 레콘들처럼 움직이지. 같은 레콘이니까 당연하오. 하지만 우리 레콘들의 모습을 목격한 후에는 집단 운 영을 시도할지도 모르오. 나라면 그렇게 할 거요. 위험한 시도이 긴 하지만 적어도 엉겅퀴 여단병은 우리 레콘들이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을 할 줄 아니까.’

‘그게 뭔데?”

‘그들은 분열 행진을 할 수 있소.’

‘분열 행진? 줄 맞춰 걷는 것?’

‘그거요.’

‘젠장. 농담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농담처럼 들려. 그따위 것이 뭐라고.’

‘힌치오, 군인은 잘 싸우는 자가 아니오. 줄 맞춰 걸을 수 있 으면 군인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얼마나 잘 싸우건 그냥 폭 도일 뿐이오. 줄 맞춰 걷는 것에는 군인에게 필요한 덕목이 대부 분 포함되어 있소. 물론 집단 운영에 필요한 덕목들도.’

‘좋아. 그러면 그 집단 운영이라는 걸 하면 어떻게 되는데?” 

‘우리는 아주 골치 아파질 거요.’

팔리탐이 우울한 표정을 지었는지는 알 수 없다. 가면으로 얼 굴을 가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말투는 충분히 우울했다. 그리 고 힌치오는 무시하고 싶었던 예측이 들어맞는 것을 보며 언짢음 을 느꼈다. 두 번째로 뛰어 볼 필요도 없었다. 스카리 요새군의 우측에서 벌어진 소란은 이제 좌측 끝에 있는 레콘들도 느낄 정 도로 커졌다. 미쳐 날뛰는 인간 병사들을 제거하면서도 레콘들 은 불안한 얼굴로 우측을 바라보았다. 힌치오는 부리를 딱 부딪 쳤다.

‘당신이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면서 당신이 좋아할 만한 해결 책은 여단장을 잡는 거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레콘인 쥘칸은 안전한 사령부에 있지 않을 거요. 그를 상대할 수 있겠소? 힌치오는 이쑤시개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붕붕 돌렸다.

“너! 너! 너! 날 따라와! 우측으로 간다!”

힌치오는 스카리 요새군의 머리 위로 높이 뛰어올랐다. 그를 따라 세 명의 레콘들도 뛰어올랐다. 힌치오는 훌쩍훌쩍 뛰어가면 서 적의 대장을 찾아볼 결심이었다.

“쥘칸을 찾아라! 대장처럼 보이는 놈을 찾아! 쥘칸-! 쥘 칸-!”

주위를 둘러보느라 힌치오는 아래쪽에 대한 방비를 게을리 했 다. 오뢰사수 같은 희귀한 예를 제외하면 투사 무기를 가진 레콘 은 별로 없으므로 힌치오가 높이의 안전을 과신했다 하더라도 탓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제국군에서 날아온 유성추가 발목에 감 겼을 때 힌치오는 자신의 높이가 그렇게 안전하지 않음을 알았다. 힌치오는 순식간에 끌어내려졌다. 어떻게 중심을 잡으려 해 보 았지만 아래쪽에 레콘이 너무 많았다. 힌치오는 몇 명의 레콘과 부딪친 다음 마지막으로 대지와 장렬한 충돌을 일으켰다. 깃털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머리가 띵했지만 힌치오는 몸을 확 부풀리며 일어났다. 그의 발목에 감겼던 유성추는 어느새 풀려 날렵한 호 선을 그리며 날아가고 있었다. 힌치오는 유성추를 받아 드는 제 국군 레콘을 발견했다. 제국군 레콘은 힌치오의 이쑤시개인 4미 터짜리 레콘용 양손검을 보고는 부리를 딱 부딪쳤다.

“정말 저같이 생긴 걸 들고 이렇게 솔래하신 분은 누군가?” 

솔래는 조금 늦게 뛰어내린 세 명의 레콘 때문에 하는 말이었 다. 4대 1이라는 비례는 힌치오에게 복잡한 추락을 하느라 잠시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아 주었다. 힌치오는 이쑤시개로 제국군 레콘을 가리키며 질문했다.

“쥘칸이냐?”

레콘은 유성추를 좌우로 세차게 돌려 양쪽 땅에 밭고랑 같은 자국을 만들어 놓았다.

“팡탄 하장군이다.”

“탄? 젠장. 너하곤 안 놀아.”

“쌀쌀맞긴. 좀 놀아 줘. 우리 애들 실망하잖아.”

힌치오는 팡탄이 자식들을 전부 데리고 출전했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스스로 지우며 주위를 둘러보았 다. 그리고 자신과 세 명의 부하가 스무 명쯤 되는 레콘, 즉 레 콘 소대 안쪽에 떨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힌치오는 벼슬을 꽂 꼿하게 세웠다. 머릿속에서 팔리탐의 경고가 다시 떠올랐다. 

‘우리는 아주 골치 아파질 거요.’

힌치오는 벼락처럼 외쳤다.

“뛰어올라!”

“어딜!”

네 명의 스카리 요새군과 레콘 일개 소대가 동시에 하늘로 뛰 어올랐다. 공중에서 레콘의 거병들이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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