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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0화


큰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낯선 프로필에게 돈 필요하냐는 연락이 왔다.

근데 괴담 속이다.

[K.LEE: 사원님?ㅎㅎ]

비명 지르면서 차단하고 채팅방 나가는 게 현명한 선택일 것 같지만….

‘또 너무 전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단 말이지.’

괴담 속이니 괴담스러운 조언을 들어보자.

나는 침대 아래에 ‘착한 친구’를 내려서 불을 끄고, 예의 그림자 비추기 방법으로 브라운을 불러냈다.

단, 이번엔 미리 퇴근길에 사 온 소형 손전등을 이용해서 말이다.

-오, 친구!

이번에는 거의 딜레이도 없이 정신을 차린 브라운은 직전 괴담의 내 탈출법을 떠올리며 꽤 즐거워한 후, 현재 상황을 곧장 파악했다.

큰돈을 거론하는 낯선 이의 메시지!

-수상하군요! 하지만 수상쩍음을 지나치지 않는 호기심이야말로 쇼의 미덕 아니겠습니까.

-물론 반짝반짝 빛나는 금이 따라오면 더 좋겠지요!

봉제 인형이 도파민 중독자 같은 소리를 하긴 했지만, 저 반응을 보니 괴담 관련 현상은 아니라는 걸 확인했으니까 됐다.

‘그렇다면야.’

나는 간단히 채팅방에 질문했다.

[김솔음: 누구십니까?]

곧장 답이 돌아왔다.

사실 기껏해야 ‘ㅎㅎ당신의 친구~’같은 소리가 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제대로 된 소개다.

[K.LEE: 저 C조 이강헌 대리라고 합니다ㅎㅎ]

“…!!”

‘C조라고?’

또 정예반이잖아.

대체 나한테 왜 연락을… 아니, 이렇게 순순히 직급까지 신원을 밝힌다고?

[K.LEE: 사원님, 오늘 A조 스카웃 제의 거절했다면서요!!!ㅋㅋㅋㅋ]

헛.

[K.LEE: 크으 패기 미쳤고! 저 이렇게 유능한 신입 처음 봐요ㅋㅋ]

[K.LEE: 이번엔 거절했지만 내년엔 다른 정예팀에서 볼 수도? 주임 달자마자 정예팀 오는 루트 타는 사람이 드디어 또 나오나? 막 이래ㅋㅋ]

무슨 타자 빨라지는 전용 장비라도 끼셨습니까…?

내가 답장 한 글자 치기도 전에 문장이 폭탄처럼 쏟아졌다.

겨우 정신 차리고 한 문장 보냈다.

[김솔음: 예 반갑습니다 이강헌 대리님.]

[K.LEE : 에이 뭘요 담에 회사에서 마주치면 인사하구 밥이라도 한번 먹죠 내가 또 근처에 진짜 괜찮은 숯불닭갈비집을 아는데!ㅎㅎ]

[K.LEE: 아차차 말이 너무 많았네요 아무튼 그러니까 오늘 연락한 목적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K.LEE: 사원님 돈 많이 필요하죠?]

“…….”

[K.LEE: 딱 지금쯤이 돈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랄 타이밍인데… 주임 직전에 싹수 좀 있는 애들은 개인 아이템 구할 루트 뚫으려고 하니까ㅋㅋ]

[K.LEE: 사원님 벌써 전용 장비도 있다면서요. 그럼 알음알음 아이템 구할 방법 알아보고 있을 거 같은데?]

그런 거 없는데요.

‘그냥 원래 알고 있던 외계인 쇼핑몰이나 갔는데요….’

[K.LEE: 그런 게 다 돈이 들잖아요ㅎㅎ]

[K.LEE: 괜히 선배들한테 밥 사고 술 사고 하면서 없는 돈 시간 낭비하지 말고, 나한테 듣고 가요ㅎㅎ]

흐음.

[김솔음: 정말 감사한 말씀이지만, 왜 알려주시는 겁니까?]

[K.LEE: 친해지고 싶어서?ㅎㅎ]

구라도 좀 성의껏 쳐라….

[K.LEE: 듣고 싶어요?ㅎㅎ]

나는 잠깐 고민했다.

-이런! 노루 씨, 글자에서 싸구려 약 장사꾼 냄새가 나는군요. 품격 있는 전문 채널에 나올 종자가 아닌 듯합니다.

-하지만… 싸구려는 싸구려대로 써먹을 곳이 있기도 한 법이지요.

-살살 구슬리면….

나는 타자를 쳤다.

[김솔음: 아뇨.]

-…!?

[K.LEE: ???????]

[K.LEE: 앗 사원님 농담도 잘하시는구나ㅎㅎ 과연 초고속 누적포인트 기록 경신자답다ㅎㅎ]

-김솔음: 그냥 과장님께 여쭤보겠습니다.

-김솔음: 좋은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K.LEE: 잠ㄲ;ㄴ

-K.LEE: 야 잠깐만

-K.LEE: 아니 이자헌 과장 사촌이야 혹시?;; 성격이 똑같네

차라리 욕을 하십쇼….

어쨌든, 아직 내 성격은 잘 모르는지 이런 블러핑이 잘 통했다.

상대가 허겁지겁 메시지를 쏟아냈다.

-K.LEE: 아 돈 받는 거 아니니까 좀 들어봐요 진짜 내가 이런 제안 잘 안 한다니까?;;ㅠㅠ

그리고 연달아 다다다 카톡이 왔다.

-K.LEE: (링크)

웬 인터넷 페이지 링크와 함께.

-K.LEE: 시드머니나 템 필요하면 들어가보세요 초대인으로 나 지정하면 돼요 hawaiib53 <-이거 넣으시면 되는데

-K.LEE: 안 넣으셔도 되긴 하지만 제가 그래도 소개해드린 거니까 양심의 소리를 따라ㅋㅋㅋㅋ 에이 알죠?ㅎㅎㅎㅎ

-K.LEE : 다른 사람한테는 적당히 비밀 지켜주시구! (수줍은 이모티콘)

‘…템플릿?’

아무리 봐도 복붙 같은데….

-K.LEE: 아무튼 간 알려준 건 나다?

-K.LEE: 그럼 감사 걸리기 전에 난 나가볼게요 행복한 쇼핑 라이프되시길ㅎㅎ

[K.LEE님이 나갔습니다.]

“…….”

‘감사에 걸릴 걸 걱정했으면 굳이 자기소개는 왜….’

마음의 빚으로 달아두고 싶은 건가.

나는 ‘보내주신 사이트는 대체 무슨’까지 적고 있던 답을 지웠다.

‘쇼핑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한 걸 보면 물건 사는 플랫폼 같은데.’

외계인 상점 외의 루트를 뚫는 건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의 표현도 꽤 흥미로웠다.

‘시드머니라.’

돈을 꽤 크게 벌 수 있는 것처럼 표현하네.

‘혹시 사내 내기 도박 페이지는 아니겠지.’

어쨌든 확인하려면 방법은 하나였다.

나는 링크의 진위성만 한번 안전 검사를 돌려본 후에 조심히 접속했다.

스마트폰 화면이 새카맣게 물들고, 떠오르는 글자는….

연어

“…??”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미친 세상을 거슬러 오르는 우리들

‘싸X 월드……?’

이 소싯적 감성 글귀는 대체 뭐란 말인가.

문구는 정말 연어가 헤엄치는 듯한 효과로 사라지고 새로운 문장이 떴다.

가입 가능 (추천인 필요)

흐음.

정말 (여러 의미로) 미심쩍지만, 어쨌든 추천인으로 해당 직원을 넣어서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어차피 확인은 해야 하니까.

그리고 로그인하자마자 바뀌는 페이지를 보며 깨달았다.

연어 마켓

“이거 중고 거래 사이트네.”

여긴 일종의 개인 간 물건을 사고파는 사이트였다.

미신적이고 기이한 물건이나 정보를 거래한다는 걸 제외하면.

[인어 육포 판매 (진품, 한누리옥 감정 포함)]

[혈욕조 타일 조각 구합니다 변색X]

[$$액운자판기 출현 위치 빈도 신빙성 있는 정보 알아가세요$$]

[영험한 보호부적 판매합니다]

대충 클릭해 보면서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니까 이건….

‘순 사기가 판치잖아.’

<어둠탐사기록>을 읽어본 사람 기준에서는 그냥 잡템이나 의미 없는 소품, 혹은 허위 정보들이 난무했다.

한마디로 (업계인 기준) 전문성이 그리 높지 않은 오컬트 중고거래 사이트 느낌이란 뜻이다.

나는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

“관계자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더 많은 곳인가?”

-흠. 본래 대중성이란 필연적으로 전문성의 저하를 불러일으키는 법이죠! 그걸 방지하려면 큰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데… 이곳은 일부러 방치된 느낌이군요.

-전문성 없는 마니아는 하찮은 것도 비싸게 사가는 법입니다.

마치 스타가 밟은 무대 세트의 바닥 조각까지 뜯어가는 심리와 같지요!

아니 그건 기념도 되고 진짜니까 그럴 수도 있지.

문제는 여기 가짜가 널렸다는 점이다.

근데 그것도 꽤 비싼 값에 거래가 완료된 흔적들이 보였다.

“…….”

‘그래. 이 세계관에서 괴현상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았지.’

사회적 아노미를 우려한 정부도, 기업 비밀을 지키고 싶은 기업도 다 쉬쉬하면서 비밀리에 괴담을 탐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민간인 희생자는 만연할 것이다.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도 암암리에 흉흉한 소문이나 경험담이 돌고 있을 테니, 이런 사이트가 생겨도 이상할 건 없었다.

게다가 거래하고 있는 품목 대비 가격들을 보니 더 어지럽다.

‘한 장에 백만 원….’

무슨 월세 보증금이 휙휙 오가고 있다.

생존이 달린 문제라 그런 건지, 아니면 오컬트 물품에도 베블런 효과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잘하면 나도 뭘 팔 수 있나?’

내게 소개해 준 그 직원이 정말 정예팀 C조 대리가 맞다면, ‘백일몽 주식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알음알음 이곳을 통해 잡템이나 정보를 팔아넘기고 있는 듯했다.

그게 오히려 마음에 걸렸다.

‘선 좀 넘는 순간 감사엔 무조건 걸리겠는데….’

그러니까 안전 대책을 만들자.

나는 현재 계정을 로그아웃한 후에 새 계정을 만들었다.

이름은, 흠…….

[파랑친구]

-‘친구’라니! 절 생각하면서 만든 겁니까? 이런, 감동적이군요!

대충 떠오르는 것과 눈에 보이는 걸 조합했으니 맞긴 하다.

그리고 추천인 아이디로는 내가 아까 처음 만든 계정을 넣었다.

“됐다.”

-호오. 신분을 새롭게 만들어서 추적을 피하는 거로군요!

정답이다.

<백일몽 주식회사> 직원이 가지고 있지 않을 만한 물건, 혹은 감사에 걸릴 만한 것은 이 계정으로 거래할 생각이다.

‘이러면 혹시라도 구매가 추적당하진 않겠지.’

“물론 처음에 만든 계정으로도 몇 가지 거래 내역을 남길 거야.”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군요. 훌륭합니다.

이전 계정으론 적당히 ‘백일몽 주식회사 직원’이 선 넘지 않는 구간에서 거래할 것 같은 것들을 다룰 생각이다.

그럼 사회생활도 끝났으니, 본론에 들어가자.

내가 뭘 팔면 좋을까.

‘일단… 외계인 상점에서 산 물건을 되파는 건 안 되겠네.’

이 사이트의 아마추어 함을 봐라. 엄청난 대파란이 일 것이다.

뭐, 어차피 외계인 상점에서 쓸만한 물건 사기도 바쁜데 그런 시세 차익 보는 일을 하긴 여유가 없지만 말이다.

나는 연어 마켓을 최신순으로 뒤적거렸다.

너무 눈에 띄지 않을 만하면서, 내가 팔아서 돈 벌 만한 건 없….

[괴현상에서 유래한 음식 구매합니다.]

오?

———————

[괴현상에서 유래한 음식 구매합니다.]

연구용.

강력한 괴현상(재난관리국 파형 이상) 우대.

40.0

———————

-이 새끼 또 왔네

-아아, 내가 구하는 음식은 제1식 파형, ‘연구용’인 것이다. (안경 척) ㅋㅋㅋㅋㅋㅋ

-이분 매크로 아닌가요? 매일 올라오는 듯

-오컬트 씹덕아 제발 너만의 세계관에서 나와줘 대체 재난관리국 파형이 뭔데

사람들의 비웃음과 놀림 몇 개만 댓글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진짜잖아.’

<초자연 재난관리국>.

<어둠탐사기록>에서 백일몽 주식회사와 함께 3대 거대세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이었다.

내 굿즈, 메모리얼 그립톡도 이 기관에서 공무원들에게 지급하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초자연재난관리국에서는 형(刑)으로 괴담의 위험도 등급을 분류한다….’

이 글에서 언급하는 파형(破刑)도 실제로 있는 등급이었다. 백일몽주식회사로 따지자면 C등급보다 살짝 위 정도다.

이쪽이야말로 진짜 ‘뭘 아는 사람’인 것이다.

나는 페이지를 물끄러미 보았다.

‘진짜 관계자라면, 오히려 돈 안 떼먹힐 확률이 높겠지.’

굳이 글에서 문외한이 모를 전문 용어를 설명도 없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사기 확률을 낮추는 것이다.

거래 신뢰도를 높여주는 요소였다.

게다가 가격을 보라.

40.0?

‘사천만 원이잖아.’

이 정도면 뭘 몰라도 한번 속는 셈 치고 연락해 보는 사람도 있을 법한데.

아니나 다를까, 이전 글들을 찾아보니 댓글에 이미 이야기가 나왔었다.

-와 그래도 사천만원인데… 이거 보고 연락해보신분?

└저 진짜 팔 생각으로 연락해봤거든요 근데 몇 번 출처 캐묻더니 잠적했음ㅋ

└다들 읽씹당함ㅋㅋ 컨셉충임 상대ㄴㄴ

아니, 그게 아니다.

‘이야기 들어보니 괴담이 파형 등급 이상이 아니니까 무시당한 거겠지.’

그러나 내 수중에는 마침 우대사항에 딱 맞는 물건이 존재했다.

수상쩍으며 무슨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차마 스스로 복용할 엄두는 나지 않는 그런 게….

‘…있네?’

심지어 2봉이나.

<블루소다 츄러스>

테마파크에서 파란용 마스코트에게 받은 간식.

“…….”

-아, 그 불결한 음식!

불결…까지야 아니다만.

그게 말이다.

‘착한 아이에겐 군자금이 필요해요.’

마스코트도 이해해 줄 것이다. 암.

[파랑친구 : 안녕하세요 선생님^^ 구하시는 괴현상 유래 음식 판매 가능합니다!]

쪽지 완료!

* * *

다음 날.

‘마침 또 주말이네.’

나는 광화문역 근처에서 약속 상대를 기다리게 되었다.

손에는 마스코트에게 받은 ‘블루소다 츄러스’ 한 봉을 담은 상자를 든 채였다.

‘처신… 괜찮게 했지.’

나는 구매자와 어제 나눈 쪽지를 회상했다.

쪽지를 보내자마자 거의 즉각 답장이 왔었다.

[T : 정확히 어떤 음식입니까?]

여기가 분기점이었다.

내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초자연재난관리국이 뭔지, 파형 등급이 대체 뭔지 다 안다고 티 내면서 전문지식으로 신뢰를 주는 것.

아니면….

[파랑친구 : 무슨 츄러스 같은 건데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ㅠㅠ 되게 이상한 상황에서 받은 거거든요.]

[파랑친구 : 근데 가지고 있기가 무섭기도 하고… 제가 돈이 꼭 필요하기도 해서요. 확인해 보시고 원하시는 조건 맞으면 사 가시는 걸로는… 안 될까요?]

이렇게 모른 척하고 그냥 상대에게 판단을 다 넘기던가.

그리고 내 선택은 잘 통했다.

‘솔직히 두 번째 말은 다 사실이기도 했고.’

아무래도 <백일몽 주식회사> 직원인 걸 들키는 건 안 내키기도 해서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난 광화문역 5번 출구 근처에서 약속 시간 7분 전에 나와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느낌 이상하면 바로 튀어야지.’

혹시 몰라서 긴장하고 있자니, 저기 청계광장에서 5번 출구로 오면서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보였다.

‘어.’

누가 봐도 중고거래하러 온 것 같은 시선 처리다.

장신에 온몸을 검은색 옷으로 휘감고 마스크까지 쓴 사람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다가오며 말했다.

“혹시 연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즉시 상자를 열어 내밀었다.

확인해 보라는 뜻이었다.

“…….”

상대가 조용히 손을 뻗었다.

그 손에도 장갑을 끼고 있었다.

목소리는 꽤 젊었는데, 저렇게까지 신원을 유추하기 힘들게 싸매고 올 줄이야.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해.’

사실 나도 모자부터 안경까지 다 있는 대로 뭘 걸친 상태였다.

나는 후드를 눌러 쓰며 상대의 움직임을 살폈다. 혹시라도 들고 튀려고 하면 먼저 움직여야지.

예비 구매자는 장갑 낀 손으로 한번 상자 위를 훑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상자를 잡았다.

흠?

“찾던 물건 맞습니다.”

그리고 내게 작은 음료수 박스를 내밀었다.

그쪽도 슬쩍 박스를 열어주자, 5만 원권으로 차 있는 내부가 살짝 보였다가 도로 닫혔다.

“…….”

상대는 뭘 더 기다리냐는 듯한 눈으로 날 보는 것 같았다.

브라운에게 물어볼 수 없으니 좀 아쉽지만….

‘일단 할 일부터.’

나는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

상대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후, 주머니에서 노트를 꺼내 들었다.

“…??”

그리고 구매자 쪽으로 페이지를 펼쳐 보여주었다.

[저는 이 음식의 효과를 모릅니다.]

[가지고 있어도 위험하진 않았습니다만, 혹시 모르니까 드시진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연구하실 거라고 하셨지만 혹시 몰라서 적어봤습니다]

“……!”

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상대는 좀 당황한 듯했다.

‘갑자기 웬 퍼포먼스인가 싶겠지만….’

미안하다. 목소리 안 들키고 싶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인 후,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 보이며 공손히 음료수 박스를 받아 들고 튀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 *

“좋아.”

받은 현금은 즉시 입금한 후 귀가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백사헌은 이미 사택에 없었다. 그간 있다없다 하는 걸 봐서는 본가라도 가는 건가 싶다.

아무튼 간에.

“이제 외계인 쇼핑몰에 접속할 때가 됐네.”

나는 링크를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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