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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천하 : 1011화


군림천하 (1011)

그 말에 문사 청년이 두 눈을 활개 치듯 몇 차례나 껌벅거리다가 이내 진산월을 향해 더할 수 없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산양화가의 십사 대 손 화율진(鎭)이 진 장문인을 뵙니다.”

“반갑소. 종남의 진산월이오.”

화율진은 자신의 눈앞에 그 유명한 신검무적이 있다는 사실이 못내 감격스러운 듯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려운 걸음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부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화율진은 오늘 만나기로 한 화의숭의 손자인 모양이었다.

사남삼녀나 되는 자식을 낳은 화의숭의 직계 후손은 적게 잡아도 이삼십 명은 될 것이다. 그중 오직 화율진 한 사람만이 화의숭의 거처에 함께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화율진은 비록 문사 차림을 하고 있었으나, 체구가 건장하고 자세가 잘 잡힌 데다 두 눈에 정광이 이글거리고 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한 무공을 익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조금 전에 인사를 할 때 그의 손을 슬쩍 본 진산월은 손바닥에 굳은살이 가득 배어 있는 것을 보고는 그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검법을 수련해 왔음을 알아차렸다.

“안으로 드시지요.”

화율진의 안내를 받고 들어간 망연각은 고풍스러운 가운데 우아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특히 대청의 한쪽 벽면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그림이 중인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것은 바람 부는 산의 정상을 그린 것인데, 거친 듯하면서도 웅혼함이 느껴지는 붓의 놀림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단순하면서도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호쾌하기 이를 데 없는 그림이었다.

그림 위쪽에 <의기천추(義氣千秋) 웅풍만리(雄風萬里)>라는 여덟 글자가 힘 있는 필치로 적혀 있었다.

금시라도 묵향(香)이 피어오를 것 같은 고아한 대청의 분위기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주인의 호탕한 기상이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진산월이 그림을 보고 있자 화율진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 웅풍만리도(雄風萬里圖)는 조부님이 젊은 시절에 직접 그리신 겁니다.”

뜻밖의 말에 진산월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다시 한 번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확실히 붓의 움직임이나 묵의 농담(濃淡)은 살짝 거칠거나 미숙한 부분이 보였다. 하나 그림 전체에 담긴 웅혼한 기세와 호쾌한 글씨는 그린 이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었다.

“잠시만 계십시오. 조부님께 진 장문인의 방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화율진이 내실로 들어가자 복필이 아직도 그림 앞에 서 있는 진산월에게 다가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허허. 젊었을 때의 형님은 나름 무림에 커다란 뜻을 품고 계셨었소. 그 시절의 웅심(心)을 그분 나름대로 표현한 작품이라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소. 확실히 인상적인 그림 아니오?”

“그렇군요. 젊은 시절의 그분이 어떤 사람이었을지 알 것도 같습니다.”

진산월은 화의숭이 젊은 시절에 이런 그림을 그렸다는 것보다는 그가 이 그림을 여든이 넘은 지금까지 간직하면서 자신의 거처에 걸어 놓았다는 점에 더 눈길이 갔다.

그것은 그가 지금까지도 당시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복필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진 장문인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분일지도 모르겠소.”

“어떤 의미입니까?”

“말 그대로요. 아무튼 명문가의 후손답지 않은 분이시오. 진 장문인도 잠시 후에 만나보면 내 말뜻을 이해하게 될 거요.”

진산월은 화의숭과의 만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불원천리 달려왔지만, 막상 화의숭 본인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복필의 말을 들으니 그가 어떤 사람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때마침 화율진이 내실에서 나와 진산월에게 다가왔다.

“조부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진산월은 내실로 들어가려다 복필이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한 듯 물었다.

“복 대협께선 안 들어가십니까?”

“난 이곳에서 그림이나 감상하고 있을 테니 진 장문인만 들어가 보시오.”

진산월은 복필을 대청에 두고 화율진의 뒤를 따라 내실로 들어섰다.

내실은 대청보다 더욱 소탈하여 별다른 장식이나 화려한 가구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단출한 의자 두 개와 서책 몇 권이 올려져 있는 작은 탁자, 그리고 제법 커다란 침상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침상 위에는 한 사람이 비스듬히 누운 채 안으로 들어오는 진산월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뼈에 가죽만 씌워 놓은 듯 앙상하게 마른 노인이었다. 체구에 비해 키가 제법 커서 젊은 시절에는 기골이 장대했을 게 분명하나, 지금은 비쩍 마르고 주름이 가득한 데다 얼굴 여기저기에 검버섯이 가득해서 당장 관 속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머리털이 거의 빠져서 흰 머리카락 몇 가닥만이 간신히 남아 있어 더욱 늙고 추레해 보였다.

그럼에도 진산월을 바라보는 노인의 눈빛에는 아직 날카로운 기운이 담겨 있었다.

진산월은 병색이 완연하고 초췌한 몰골의 노인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을 했다.

“종남파의 이십일 대 장문인 진산월입니다.”

노인은 거의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산월의 뒤편에 있는 화율진에게 턱짓을 했다. 그러자 화율진이 소리도 없이 조용히 내실을 빠져나갔다.

노인은 다시 깡마른 손으로 진산월에게 가까이 오라는 의미의 손짓을 했다.

진산월이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야 노인은 주름진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더니 갈라진 입술을 살짝 열었다.

“내 몸 상태가 이래서・・・・・・ 누워서 자네를 맞이하는 걸 누워서 자네를 맞이하는 걸………… 이해하게.”

거의 꺼져 가는 듯 희미한 목소리였으나, 말꼬리가 분명해서 의미만큼은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진산월은 담담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이렇게 뵙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니 괘념치 마십시오.”

“고맙네. 듣던 대로 헌앙하군. 눈빛도 살아 있고…….”

노인은 한동안 진산월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힘이 드는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런 다음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종남파는 훌륭한 장문인을 만나 다시 일어서고 있는데, 나는 어느새 이렇게 늙어 버렸군. 제기랄. 언제 이렇게 나이를 처먹었는지…….”

뜻밖의 욕설 섞인 말에 진산월은 내심 어이가 없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관중 제일 명문가의 최고 어른이 내뱉기에는 너무나 직설적이고 저속한 말이 아닐 수 없었다.

노인은 한동안 혼잣말처럼 무어라고 중얼거리다가 다시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빛은 조금 전보다 한결 또렷해졌고, 음성 또한 알아듣기가 한결 수월했다.

“나는 화의숭이라고 하네. 종남파의 십구 대 제자였고, 십팔 대 장문인이셨던 장하민을 사사했지.”

장하민은 당시 패천검이란 별호로 섬서성 일대에서는 상당한 명성을 날리던 뛰어난 검객이었다. 하나 종남파의 장문인을 맡으면서 종남파 무공의 한계를 여러 차례 겪었고, 결국 장문인 자리를 제자에게 넘겨주고 실전된 종남파의 비학을 찾아 천하를 뒤지고 다녔다.

스스로 태을종객이라고 별호까지 바꾼 그가 남긴 성심록을 나중에 진산월이 발견하였고, 그 책에서 얻은 실마리로 결국 태을검선의 은거지를 찾는 데 성공했다.

태을검선의 비학은 이미 엉뚱한 사람이 가져갔으나, 장하민의 평생의 노고가 헛수고만은 아니었다는 것은 진산월이 다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장하민을 사부로 두었던 화의숭이 종남파를 떠나게 된 것은 장하민이 장문인 자리를 하원지에게 인계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나는 하원지보다 입문이 이 년 빨라서 그에게는 사형이 되었지. 그런데 사부께선 내가 아닌 하원지를 장문인으로 지목하셨다. 나나 하원지나 무공에는 그리 특출난 재능이 없었으나, 그래도 서열이나 배경으로 보아 의당 내가 될 줄 알았는데, 사부께선 하원지를 후계자로 삼으신 것이다. 빌어먹을…….”

화의숭의 거친 말투와 호쾌하다 못해 일견 무모해 보이는 성정은 젊은 시절부터 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격식에 치우치지 않고 의를 숭상하며 호탕한 그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명문가의 자제답지 않는 거친 언행과 다소 즉흥적인 판단은 그를 경솔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장하민이 사형인 그보다 사제인 하원지를 장문인으로 선택한 것도 거칠고 화급한 화의숭보다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하원지가 문파를 보존하는데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화의숭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픈지 표정이 어두워졌고, 욕설 섞인 말을 내뱉는 음성은 더욱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울화가 치미는군. 나로서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사부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지. 하원지는 그래도 경우를 아는 인물이라 내게 무척 미안해했지만, 그건 우리 두 사람만으로는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내 부친께서 무척 노해서 나에게 가문으로 돌아올 것을 명하셨고, 종남파에 설 자리를 잃은 나로서는 부친의 말에 따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길이 없었지. 후우!”

이야기를 마친 화의숭은 힘이 드는지 한동안 입을 다문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진산월은 지금의 그에게는 어떤 위로의 말도 소용없다는 것을 느꼈으나, 그에게 다가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잠시 계십시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럴.

화의숭은 거절하려 했으나, 진산월은 망설이지 않고 그의 맥문을 잡고 진기를 불어넣은 다음 그의 몸을 조심스럽게 만지기 시작했다.

추궁과혈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 화의숭의 상태로는 그러한 격한 치료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에 그냥 진기만 주입시키고 혈도와 근맥만을 부드럽게 자극했을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화의숭의 표정은 처음보다 훨씬 더 편해지고 얼굴에는 혈색이 감돌았다.

“후우.”

화의숭은 다시 한 차례 깊은숨을 내쉬더니 한결 또렷해진 눈으로 진산월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조금 살 것 같군. 장문인의 손길은 여인네의 그것보다 부드럽지는 않지만 확실히 효과적이군. 이것도 종남파의 무공인가?”

“천단신공 중의 정심결과 호심결, 칠음진기의 요상결을 함께 운용한 겁니다. 제가 나중에 구결을 알려 드릴 테니 시간 나실 때마다 운용하시면 제법 도움이 되실 겁니다.”

화의숭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내・・・・・・ 내게 그런 걸 알려 줘도 되나?”

복 대협께 들으니 다시 본 파로 돌아오고 싶다고 하셨다더군요. 그 생각에 변함이 없으십니까?”

“그렇다네. 이제 죽음을 코앞에 두고 내 한 몸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신세가 되고 보니 불현듯 돌아가신 사부님과 당시에 어울렸던 사람들이 못 견디게 그리워지더군. 비록 한때 본 파를 등졌으나, 죽을 때는 본 파의 사람으로 죽고 싶네. 그게 지금 나의 유일한 소망이네.”

“그 소망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화의숭의 주름살 가득한 얼굴이 격하게 떨리더니 두 눈에 물기가 촉촉하게 새어 나왔다.

화의숭은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눈물을 흘리다가 소맷자락으로 눈자위를 닦으며 투덜거렸다.

“제기랄. 막내딸이 시집간 뒤로 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못난 꼴을 보이고 말았군.”

“아닙니다.”

화의숭은 다시 한 차례 숨을 몰아쉬고는 한결 분명해진 음성으로 말했다.

“내 아들 네 놈 중 둘째만이 내게서 현청건강기를 배웠네. 군문(軍門)에 뛰어들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가르칠 수밖에 없었지.”

화의숭의 둘째 아들은 현재 대장군으로 있는 화익전(益全)이었다. 그는 남경에 장군부(將軍府)를 세워 그곳에서 살고 있었다.

“둘째 녀석도 아들이 넷인데, 그중 셋째가 무공에 관심이 많고 재질도 제법 있는 것 같아 그 녀석에게만 본 파의 무공을 가르쳤네. 자네를 이곳에 데려온 녀석이 바로 그놈일세.”

진산월의 짐작대로 화율진은 종남파의 무공을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 두 사람 외에는 누구에게도 본 파의 무공을 알려 주지 않았네. 그들도 본 파의 제자로 받아들여 주겠나?”

“물론입니다. 둘째 아드님을 이십 대 제자로, 손자인 화율진을 이십일 대 제자로 인정하겠습니다.”

화의숭은 누운 상태에서 억지로 몸을 반쯤 일으켰다.

“고맙네. 인사를 받게.”

진산월은 황급히 그를 제지했다.

“누워 계십시오.”

“장문인에게 첫인사를 하는데, 누워서 고개만 까닥거릴 수는 없지. 인사를 받게. 종남파의 십구 대 제자 화의숭일세.”

진산월은 더 이상 말리지 못하고 그와 인사를 나누었다.

“이십일 대 장문인 진산월이 사백조를 뵙니다.”

“고맙네. 본 파에 십구 대 제자가 아직 남아 있나?”

“전풍개 사숙조께서 건재해 계십니다.”

“그래. 질풍검이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소문은 들었네. 그 녀석은 나와 나이 차이가 심해서 종남파에 있을 때도 얼굴 몇 번 본 게 전부이지만, 그래도 같은 항렬이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다니 다행이군. 다른 사람은?”

진산월은 자신이 알고 있는 종남삼검의 소식을 말해 주었다.

화의숭은 해조림과 관소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표정이 무거워졌다.

“결국 그렇게 되었군. 종남파를 떠나긴 했지만 언제고 다시 일어서길 기대했는데, 기산취악이란 큰일을 당했으니 문파가 풍비박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

한동안 허공을 응시한 채 과거를 회상하던 화의숭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진산월을 바라보았다.

“그런 문파를 자네는 용케도 다시 일으켜 세웠군. 자네의 노고가 정말 컸네.”

“모든 제자들이 힘을 합친 결과입니다.”

“그렇겠지. 그래도 자네의 공이 제일 컸다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네. 정말 애썼네.”

“감사합니다.”

화의숭은 다시 기력이 떨어져 가는지 힘없이 바닥에 몸을 뉘었다.

“손자 녀석을 불러 주겠나? 몸이 조금 피곤하군.”

진산월이 화율진을 부르러 채 내실을 나가기도 전에 화율진이 황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재빨리 화의숭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살펴보고는 진산월을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조부의 몸 상태가 좋지 못해 오늘 만남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눌 말씀은 다 나누었으니, 나는 이만 가 보겠소.”

화의숭이 다시 가느다랗게 눈을 뜨고 진산월을 향해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며칠 머물렀다가 가게. 내일 다시 이야기를 나누세.”

“아닙니다. 일단 본 파로 돌아간 다음, 나중에 정식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진산월을 보는 화의숭의 두 눈에는 아쉬운 빛이 가득했다.

“내 몸은 심지가 다 타 버린 촛불 같아서 언제 꺼질지 모르네. 빌어먹을 몸이지. 이제 겨우 종남의 제자로 되돌아갔는데 아무래도 본산은 다시 보지 못할 것 같군. 자네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조부님. 그런 말씀은……..

“흐흐. 내 입으로 말도 못 하냐?”

진산월은 화의숭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조용한 음성을 내뱉었다.

“제가 손자분께 조금 전에 말한 구결을 적어 드리겠습니다. 그걸 열심히 운영하면 본 산을 다시 볼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실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정말인가?”

“예,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씩 꾸준히 연마하십시오.”

화의숭은 진산월의 두 눈을 한참이나 보고 있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나중에……..”

“본 산에 오실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시면 연락을 주십시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화의숭은 주름살 가득한 얼굴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허허! 신검무적의 안내라! 그거 정말 기대되는군.”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눈을 감았고, 곧이어 잠에 빠져들었다.

진산월이 용무를 모두 마치고 산양화가의 대문을 빠져나온 것은 밤이 깊은 초경(初更) 무렵이었다.

전흠과 둘이 밤에 길을 나선 진산월은 밤새 말을 달려 새벽 해가 주위를 밝힐 때쯤 숙소인 왕흥루로 돌아왔다.

정신없이 바쁘고 험한 여정이었으나, 진산월은 물론이고 전흠 또한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숙소로 돌아온 두 사람은 간단히 몸을 씻고 아침을 먹은 다음 바로 임영옥을 태운 마차를 몰고 왕흥루를 벗어났다.

이제야말로 종남파로 돌아가는 마지막 여정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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