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마시는 새 2권 : 제국의 대장군 [9장] – 불씨의 비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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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마시는 새 2권 : 제국의 대장군 [9장] – 불씨의 비행 2


“4년 동안 공을 들였으니까요.”

산공부사 파라말 아이솔은 미간을 살짝 문지르며 말했다. 그 말투에는 겸손함과 과시욕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그리고 비스그 라쥬 백 데라시는 그 정도의 과시욕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거 라고 생각했다.

“부사의 말처럼 스카리는 절대로 알아채지 못할지 모르지요. 하지만 암살공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다음에 스카리를 만 나면 적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것참 아쉽군요. 저는 스카리 빌파를 좋아하거든요.”

“제자로서 말입니까?”

“제자로서? 글쎄요. 좋은 제자였습니다. 같은 것을 세 번 말할 필요는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훌륭한 제자는 아니었습니다. 제자 가 행할 수 있는 최대의 보답은 스승을 격파하는 것인데, 아마 스카리에겐 그런 종류의 보답을 할 능력이 없을 겁니다. 저는 그 를 한 사람으로 좋아했습니다. 머리를 맑게 해 주는 사람이었 죠.”

“그렇다면 참 안됐지만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사람들에 대해 잠깐 이야기합시다. 첫 번째는 마지막에 모든 것을 망가뜨릴 뻔 한 당신의 형입니다.”

파라말은 두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백작님, 잘 아시겠지만 저희 형님은 판단이라는 것을 할 수 없는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형님이 그런 일을 할 줄 몰랐습니다.”

“부사의 말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사실 그런 일을 누가 예상할 수 있겠습니까. 일개 부위에게 사자패를 주어 하늘누리에 출두하 게 하다니. 하지만, 부사, 저는 당신의 형을 알아야겠습니다. 그 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로 그냥 남겨 두기엔 지나치게 영향력이 큽니다.”

파라말은 문득 긴장했다. 파라말의 긴장을 간파한 데라시는 정 확하게 인간의 웃음을 표현해 보였다.

“무슨 걱정을 하는 겁니까. 제가 소속이 불분명한 선수를 경기 장에 놔두는 위험을 무릅쓰는 대신 그를 경기장 밖으로 쫓아낼 거라고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그를 더 알고 싶다는 겁니다.”

파라말은 안도했다.

“직접 만나서 판단하시라는 말밖에 드릴 것이 없어 유감입니 다. 저는 형님이 엘시 백작을 좋아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하 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셀스를 구하기 위해 그렇게 나설 거라 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율형부사는 엘시 백작의 신붓감을 보호한 것입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정의감에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 겠습니다. 지금 저 밖에 있는 그녀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으 셨던 것일지도 모르지요.”

데라시는 파라말이 사라말에 대해 아무것도 논평하지 않으려

하는 것을 눈치 챘다. 또한 그것이 거부감이나 비밀주의 때문이 아니라 정말 논평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도. 친동생에게서도 적 절한 정보를 얻어 낼 수 없게 되자 데라시는 사라말에 대한 정보 원을 더 떠올릴 수 없었다. 데라시는 사라말을 몽화각의 도깨비 처럼 대해야 하나 생각했다. 그 진의는 알기 어렵지만 일단 호의 적이고 협조적인 인물로 분류해 두어야 할까?

데라시는 경우가 다르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사라말은 도깨비가 아니다. 그리고 종족의 차이는 엄청난 차이를 불러온 다. 만약 율형부사가 도깨비였다면 사자패주를 감히 하늘누리에 출두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정말 그럴까? 도깨비라면 그 것이 재미있어 보인다는 이유에서 그러지 않을까? 데라시는 혼란 스러워졌다.

“알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직접 율형부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지요.”

“제가 자리를 주선할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좀 여유를 가져도 될 것 같군요. 부사 덕 분에 부냐와 스카리를 모두 처리했고, 규리하를 원하는 암살공의 그릇된 야욕도 분쇄했으며, 비셀스 규리하는, 음, 안전합니다.” 

데라시의 말끝은 좀 이상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하다. 파라 말 아이솔은 정우의 상태를 안전하다고 말해도 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백작님, 그분은 도대체 무엇이 되신 걸까요?”

“규리하 공 말입니까? 그녀는 인간입니다. 아무것도 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저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은 도깨비들에게 상상력을 단련받은 인간과 환상 계단이 만나서 이루 어 낸, 대단히 인상적이지만 사실 별로 대단하지 않은 일입니다. 그리고 내용을 놓고 본다면 방문을 잠그고 밥 안 먹겠다고 고함 지르는 어린애와 똑같고요. 어디를 봐도 놀랄 일은 없습니다.” 파라말은 겨우 그것뿐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설명을 내놓을 수도 없었다. 파라말은 결국 어깨를 으쓱였다.

“저도 백작님처럼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형님이 첫 번째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두 번째는 누굽니까?”

“도르 헨로 자작과 그의 가솔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그 들은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사람들은 아닙니다만 그들이 처한 상황은 복잡합니다. 부사가 그들을 보호할 수 있겠습니까?”

파라말은 조금 생각했다.

“암살의 위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확신하는 것은 아닙니다. 발케네 공이 정말 그렇게까지 막 나 갈지도 잘 모르겠고요. 하지만 부냐 헨로의 가족이 피살된다면 그는 제국 정부에 지게 된 정치적 부채를 일소하면서 거꾸로 엄 청난 정치적 부채를 떠넘길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인정해야겠지요. 부냐 헨로가 영리하다면 최우선적으로 자 기 가족부터 발케네로 데려갈 겁니다.”

“그렇다면 부냐와 협조하여 그들을 발케네로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군요.”

“그게 좀 어렵습니다. 발케네의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발케네의 조직이 노출되었습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노출되어서 제거된 것 같은데 그것이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점조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한 명이 제거되면 전체가 기능을 정지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그런 것 같습니다.”

파라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도르 헨로 자작이라면 일전에 대전에서 있었던 일도 있고, 또 제가 그와 바둑 이야기를 나눠도 이상할 것은 없 을 겁니다. 이번에도 바둑이 핑계가 되겠군요. 제가 자작의 주변 을 살펴보겠습니다.”

“수고해 주십시오.”

파라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깥에는 봄이 다가오고 있었기 에 계속 난방을 하고 있는 데라시의 방은 지나치게 더웠다. 파라 말은 일어설 수 있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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