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마시는 새 2권 : 제국의 대장군 [9장] – 불씨의 비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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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마시는 새 2권 : 제국의 대장군 [9장] – 불씨의 비행 1


“세상을 용납할 수 없다면, 세상도 너를 용납할 수 없게 해라.”

  • 그룸 빌파

불씨의 비행

파리조의 바위투성이 땅에서 미학을 발견하는 사람은 둘 중 하 나다. 바위 애호가이거나 광선 애호가. 두 범주에 동시에 속하는 이들에게, 그중 미학의 본령은 무용함에 있다고 굳건하게 믿는 이들에게 파리조의 불모함와 황폐함은 오히려 아름다움을 더욱 뜻깊게 하는 소중한 가치다.

광선의 각도가 대지를 저며 내는 듯한 파리조의 일출과 석양에 바위들은 수억 년에 걸친 자신의 연대기를 빛으로 낭독한다. 거 시적 규모로 이루어지는 이 자기 담론은, 헤어릿 에렉스가 파리 조에서 발견한 몇 안 되는 애정의 대상이다. 보물을 원하는 자들 은 헤어릿 에렉스를 본받아야 할 것이다. 보물을 가지려면 헤어 릿처럼 아무도 훔쳐갈 수 없고 얼마든지 나눠 써도 줄어들지 않 는 보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 경우엔 나눠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 문제지만.

헤어릿은 무감동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냐 헨로와 아예 짜증 난 얼굴을 하고 있는 아실을 보며 난처한 기분을 느꼈다.

헤어릿은 빌파 가문에서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 이것은 국외 자의 한가함을 즐기는 사람에겐 일종의 축복이라고 할 것이다. 헤어릿은 빌파 가문에 대한 발언권이 없는 것만큼 거기에 대한 책임도 없다. 하지만 일찍이 만나지 못했던 기묘한 봄이 다가오고 있는 이 겨울의 모호한 끝에서 헤어릿은 빌파 가문의 안주인 으로 행세한다는 특이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누구도 그녀에게 그것을 요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헤어릿은 암살성에서 아실과 부 냐 헨로를 상대할 사람이 자기밖에 없다는 사실을 무시하기엔 관 찰력이 괜찮은 편이다.

그래서 헤어릿은 낯선 이들과 친교를 쌓는 교과서적 단계를 시 험하기로 했다. ‘아실, 말 탈 줄 알면 잠깐 산책이나 할까? ‘부 냐, 괜찮으시다면 당신도 같이 나가죠.’ 지금 돌이켜도 시작은 훌륭했다. 아실과 부냐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그러나 암살성 외곽의 거친 협곡 사이에서 두 여인은 헤어릿을 난처하게 만들었 다. 부냐가 좋아하는 자연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 뿐이었다. 그녀는 헤어릿이 말한 멋진 풍경이라는 것이 도 대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행동했다. 그리고 아실은 말 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는 것에 애를 먹고 있어서 자연에 대 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할애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헤어릿은 기 우뚱하는 아실의 몸을 붙잡아 주며 말했다.

“말을 잘 못 타는 것이 아니라 아예 탈 줄 모르는 것 같구나, 아실.”

간신히 자세를 회복한 아실은 말의 귀를 물어뜯고 싶다는 표정 으로 말했다.

“레콘을 타는 것보다는 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빌어먹을. 이 못생긴 동물이 레콘보다 훨씬 멍청할 거라곤 예상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어요.”

안장 위에 우아하게 앉아 있던 부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실을 바라보았다.

“네 말투에 격조가 없다는 것을 지적해 준 사람이 아무도 없니, 아실?”

말의 귀를 노려보던 아실이 부냐를 돌아보았다. 부냐는 아실의 하나뿐인 눈이 무서웠다. 아실은 씩 웃었다.

“같은 죄수끼리 빡빡하게 굴지 마요, 부냐.”

부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부냐는 아실이 자신의 과거를 야유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실이 말하고 있는 것은 현재였다. 

“우리는 둘 다 발케네 공의 수인이잖아요. 저는 늙은 발케네 공이고 당신은 젊은 발케네 공이지만.”

헤어릿은 부냐가 ‘근본도 없는 계집애 주제에’ 라고 말하려 했 다는 것을, 그리고 아실이 무서워 그 말을 도로 삼켰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헤어릿은 자신이 왜 두 사람을 동시에 사귀려 는 멍청한 짓을 시작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부냐와 아실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각자 익 숙한 방식으로 자신의 두려움과 싸우고 있었다. 아실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거친 태도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부 냐는 오랫동안 쓸 길이 없었던 귀족적인 태도를 회복하는 것으로 자신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 피랍되다시피 암살성 에 오게 된 한 그들은 헤어릿이 보기에 똑같이 가엾은 사람들이 었으므로 공평하게 관심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스카리라는 든든 한 옹호자를 가진 부냐보다 아실에게 더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 쩔 수 없었다. 그런 자신을 반성하며 헤어릿은 부냐를 조금 거들 어 보았다.

“아실, 부냐 아가씨는 수인이 아니셔. 저분은 발케네 공 스카리와 결혼하기 위해 이곳에 오신 거야.”

“믿어요. 얼마나 결혼하고 싶었으면 감옥을 박차고 나오셨을까.”

부냐의 눈이 확 불타올랐다. 헤어릿은 말채찍을 쥔 부냐의 손 이 긴장해 있는 것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실의 다 음 행동은 헤어릿을 더욱 근심스럽게 했다. 아실은 용케 말을 다 루어 부냐의 곁으로 다가섰다. 마치 때려 보라는 듯한 동작이다. 부냐는 얼어붙은 채 아실을 바라보았다. 아실은 차갑게 웃으며 턱을 불쑥 내밀었다.

헤어릿이 황급히 다가가려는 순간 더 참을 수 없었던 부냐가 말채찍을 휘둘렀다.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서툰 동작이었지만 아실은 피하지 않았다.

아실의 뺨에서 호된 소리가 났다. 그리고 찢어진 뺨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부냐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기절할 것 같아 보였다. 아실은 혀로 볼 안쪽을 눌러 보다가 퉤 하고 침을 뱉었 다. 피섞인 침이 바닥에 음울한 얼룩을 만들었다. 아실은 두어 번 침을 뱉은 다음 부냐에게 말했다.

“가족을 데려와요.”

부냐는 눈꺼풀을 바르르 떨며 아실을 바라보았다. 아실은 품에 서 손수건을 꺼내며 한가롭게 말했다.

“아직 스카리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그러는 것이 좋 아요. 가족을 발케네로 데려다 주기 전에는 결혼해 주지 않겠다 고 말하면 되겠군요. 얼빠진 신세타령만 하다가 가족을 죽어 나 가게 하면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 돼요, 부냐 헨로.”

“내 가족이…… 너 도대체 무슨 소리를……………?”

아실은 말에서 굴러떨어지듯 내려섰다. 그녀는 말을 한 대 걷어차 주고 싶다는 듯이 노려보았지만 뒷다리의 탄탄한 근육을 보 고는 위험한 충동을 억눌렀다. 아실은 뺨에 손수건을 댄 채 걸어 왔던 길을 돌이켜 걸어갔다. 헤어릿이 다급하게 그녀를 불렀다. 

“아실! 뭐 하는 거야?”

“걱정 마요.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암살성으로 돌아가는 거니 까. 앞으론 목에 머리카락 난 동물은 절대 안 타요.”

아실은 어떤 제지도 불허하겠다는 단호한 걸음걸이로 암살성 을 향해 걸어갔다. 헤어릿은 어처구니없는 기분으로 아실과 부냐 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녀는 결단을 내렸다. 아실이 타고 있던 말의 고삐를 당겨쥐며 말했다.

“부냐 아가씨, 돌아가죠.”

부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넋 잃은 얼굴로 표표히 걸어 가는 아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헤어릿이 한 번 더 재촉한 후 에야 부냐는 헤어릿의 존재를 깨달았다. 그녀는 격한 혼란에 빠 진 얼굴로 말했다.

“헤어 에렉스, 저 아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지?”

“저도 모릅니다. 아가씨. 저도 아가씨만큼이나 궁금하네요.” “모를 리 없어! 다 알고 있잖아. 말해! 성안의 모든 사람들이 내 눈을 피해 뭔가 잘못된 물건이 집안에 들어왔다는 투야. 그 걸 못 느낄 것 같아? 너도 알고 있지? 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 어난다는 거지?”

헤어릿은 이제 낭패감에 익숙해질 것 같았다. 그녀는 부냐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부냐의 가족 과 별 관계 없는 것이었다.

“부냐 아가씨, 당신에 대해 몇몇 사람들이 불편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그 사람들은 부냐 헨로가 아닌 비셀스 규리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그 사람들은 당신에게 잘 대하는 것이 락토 공작님의 비위를 건드리는 일이 될까 봐 두 려워하고 있죠. 그래서 어색해하고 불편해하는 거예요. 저 애가 말한 이야기는 저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비셀스 규리하가 아니라 부냐 헨로라서 당황하는 것뿐이라고?”

“그래요, 아가씨.”

부냐는 아랫입술을 깨문 채 헤어릿을 바라보았다. 헤어릿이 한 번 더 재촉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부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죠, 리스?”

헤어릿의 얼굴이 굳었다. 그 이름은 한때 그녀의 것이었다. 부냐는 조바심을 억누르며 말했다.

“나를 아마 기억하지 못하겠지요. 당신은 워낙 홀로 다니길 좋 아했고, 또 나는 그렇게 두드러지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하지 만 당신 같은 미인 동기생을 잊을 수는 없어요. 두 살이나 어린 동기생들을 꿇려 주기 위해 이런저런 물건들을 훔치던 당신의 버 릇도 기억나요. 혹시 발케네에서 온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 긴 했지만 당신이 암살공의 딸일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 어요.”

헤어릿은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 이런 결말이라니, 아무래도 오늘 나는 정말 멍청했나 보군.

“당신들을 곯려 주기 위해 그런 건 아니에요. 저는 퇴학당하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들처럼 부주의한 사람들에게 발케네의 기술까지 필요하진 않았어요.”

“왜 퇴학당하고 싶었죠?”

“제가 원해서 간 것이 아니니까요.”

“공작님이 당신을 억지로 보냈나 보군요.”

헤어릿은 약간 난폭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요. 그러니까 동문의 우정을 제게 기대하진 마요.”

“네?”

“당신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붙들고 싶어하리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요. 그걸 이해하기 때문에 당신을 동정해요. 하지만 동문이니까 도와줄 거라고 믿지는 마요. 저는 그곳에 다 녔던 일을 결코 좋아해 본 적이 없으니까.”

부냐는 말채찍에 맞은 사람이 자신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헤어릿은 내친 김에 더 말했다.

“그리고 제게 도움을 원한다면 제가 보는 앞에서 어린애의 얼 굴을 채찍으로 갈기는 짓 따위는 삼가는 것이 좋을 거예요, 부냐 아가씨. 그 애가 얼마나 무례하고 공격적이냐는 것은 문제가 안 돼요. 당신이 얼마나 절박하고 예민해져 있는지도 고려 대상은 아니에요.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할 것이 있는 법이에요.” 

“헤어, 나는…….”

“돌아가죠, 부냐 아가씨. 날이 곧 저뭅니다. 제가 당신을 동정 한다는 것은 분명히 말해 두겠어요. 하지만 제 그릇에 담긴 물이 당신의 갈증 때문에 늘어나진 않아요.”

부냐는 더 말하는 것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헤어릿의 물그릇을 땅에 쏟는 짓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그녀는 풀이 죽어서 말머리를 돌렸다. 헤어릿은 아실의 말을 이끌며 그 뒤를 따랐다.

창밖을 내다보던 이이타 규리하는 뜻밖의 광경을 보았다. 뺨에 서 피를 흘리는 소녀가 성안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소녀의 작은 키와 안대, 뺨에 난 상처에도 불구하고 활달한 걸음을 본 이이타는 어렵지 않게 그 소녀가 아실임을 깨달았다. 아직 정식 으로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이이타의 아버지와 황제 사냥꾼은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그 때문에 이이타는 먼발치에서 아실 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 그녀를 본 것은 규리하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조우였다. 그때 아실은 정신없이 잠들 어 있었다.

이이타는 그녀가 왜 암살성에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이이 타는 소리 로베자에게 질문했고 소리는 아랫사람들 사이에서 떠 도는 온갖 이야기를 풍부하게 가져다주었다. 그 풍문들 가운데서 사실성이 높은 것만을 가려낸 이이타는 황제 사냥꾼과 아실을 우연히 만난 암살공이 그녀만 붙잡아 온 것이라고 판단했다.

‘어디서 심하게 구르기라도 했나? 아실의 활달한 걸음을 본 이이타는 그녀가 폭행당했을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워낙 성한 곳이 없는 얼굴이긴 하지만 그런 상처가 또 생겼다는 것은 이이타를 근심스럽게 했다. 그때 아이저 규리하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뭘 보고 있지?”

이이타는 창가에서 조금 비켜 아이저가 아실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이저는 아실을 내려다보고서 짧게 혀를 찼다.

“또 어디서 상처를 만들어 왔군. 늘 느끼는 거지만 참으로 부 싯돌 같은 아이구나.”

“부싯돌 같은 아이라고 하셨습니까?”

“어딘가 부딪혀서 불꽃을 만들지 않으면 배기지 못하는 사람 말이야.”

“저 처녀를 우리가 거둬들이면 안 될까요? 아버님께서는 황제 사냥꾼과 우의를 나누고 계신 걸로 압니다. 저 처녀도 그러고 싶 어하는 눈치였습니다.”

“처녀? 그렇군. 그러고 보니 너랑 비슷한 연배일 테지. 그런데 너보다 어리게 느껴지는데, 워낙 작아서 그런가 보군. 그런데 너 는 불쌍한 처지의 여인들을 돌봐 주겠다는 결심이라도 한 거냐? 네가 이 성의 하녀 한 명과 친근하게 지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이타는 어깨를 으쓱였다.

“발케네 공이 보낸 여자입니다. 뭘 원하고 보냈는지는 아직 모 릅니다만 아버님의 경고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지멘의 얼굴을 봐서 저 애를 거두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 당장은 곤란하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아이저는 창가에서 물러났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아이저는 책상 위에 놓인 초에 손수 불을 붙였다. 이이타 외에 아무도 이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방 안의 사소한 일은 아 이저가 손수 처리했다. 이이타는 아버지를 도와 초에 불을 붙였 다. 아이저는 책상 뒤에 앉아 말했다.

“아실이 지멘과 떨어지기로 했다면 그것은 정말 피치 못할 사 정이거나 아실이 스스로 그러기로 결정한 일일 게다. 아실은 지 멘을 자신의 곁에 묶어 두기 위해 그에게 철의 대화를 하게끔 유 도했지.”

이이타는 스쳐 들었던 이야기들을 통해 세워 둔 가설이 확인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또 다른 것도. 아이저는 그의 질문에 산 문적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아이저 규리하는 아들과 나누는 대화 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아들의 머릿속에 옮겨 두려는 것 같았다. 피비린내 나 는 세계를 질주할 운명을 선택한 이에겐 어울리는 태도지만 이이 타는 가슴이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아이저는 말했다.

“그런데 만일 피치 못할 사정이었다면 지멘은 오래전에 이곳 을 급습했을 테지.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니 아실이 이곳에 있는 것은 아실 스스로 그러기로 결정했기 때문 일 거야.”

“왜 그렇게 결정했을까요?”

“너와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뭐냐?”

“이곳에 황제를 잡을 방도가 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아이저는 문과 창을 한 번씩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자신을 비 웃었다. 이 성의 주인은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감출 수 있다. 아이저는 엿들어도 무방한 이야기들을 하기 위해 생각하면서 말 했다.

“하늘누리의 특징은 뭐지?”

어렵지 않은 질문이다.

“그것은 움직입니다.”

“그래. 그것 때문에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지. 군사적으로 봤을 때 하늘누리는 포위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움직이는 대상을 포위 공격할 수는 없으니까. 누구나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하늘누리는 또한 요새도 아니지. 하지만 하늘누리는 그냥 조금씩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요새처럼 기능할 수 있어. 움직이는 대상을 상대로 길을 만들어 내는 일은 어려우니까. 하늘누리에 대한 군사학은 전부 새로 씌어져야 하고 그것은 이전의 유산을 거의 이용할 수 없다.”

이이타는 아이저가 『천경비록』을 인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이타는 아이저의 가슴 부근을 바라보았다. 아이저의 말이 계속되었다.

“따라서 하늘누리를 공격하려는 자는 공격자를 좌절시키는 그 특징을 거꾸로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하늘누리는 움직이지. 따 라서 고정된 군사 목표에는 별로 의미가 없는 매복 기습이 하늘 누리에겐 오히려 적용될 수도 있지.”

“하늘누리를 끌어들인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만반의 준비를 갖춰 둔 다음 하늘누리를 끌어들이는 거 야. 그것이 움직이는 하늘누리를 쫓아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합리 적이다. 그렇다면 하늘누리를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지?”

“모르겠습니다.”

무심히 대답하던 이이타는 아버지의 얼굴에 실망감이 떠오르 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아이저 규리하는 상체를 앞으로 불쑥 내 밀고 싶은 것을 참으며 말했다.

“이이타, 좀 생각해 보아라.”

“저, 글쎄요. 천경유수를 포섭해야 합니까?”

“삼고의 일원을 포섭한다는 소리를 하는 거냐? 결국 한 도시의 책임자일 뿐인 천경유수가 사도나 태위와 같은 반열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냐? 너는 그 의미를 몰라도 지알데 락바이는 모를 사람 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 마라.”

“죄송합니다. 아버님.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아들의 주눅 든 모습을 본 아이저는 노기를 가라앉혔다. 그는 아들에게 도망자의 신세를 선물한 아버지라는 죄책감에서 자유롭 기 어려웠다. 아이저는 달래듯 말했다.

“이이타, 생각할 필요가 있느냐? 네 아버지는 이미 한 번 그런 일을 했는데.”

“예?”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는 하늘누리를 내게 오게 했 다. 그것이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된 일이냐?” 

이이타는 머릿속에 아실이 들어온 것 같았다. 부싯돌이 부딪치 며 튕긴 불꽃. 이이타는 목소리를 낮췄다.

“서약 지지파입니까?”

“그래. 황제가 서약 지지파를 싫어하기 때문에 하늘누리는 규리 하에 나타났지. 그렇다면 또 다른 서약 지지파가 있는 곳에 하늘 누리가 나타날 거라고 가정하는 것이 무리한 예상은 아닐 거다.” 

“아버님이 미끼입니까?”

“지금은 아니지.”

“예?”

“그곳에 내 딸이 있기 때문에.”

‘비셀스 규리하.’

이이타는 누나에 대해 밀도 있는 감정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 가 태어나 자라온 시간 동안 비셀스는 유명한 옛이야기 속의 인 물과 마찬가지였다. 이이타가 느낀 인상은 누구나 그녀를 알지만 아무도 그녀를 볼 수 없다는 것이었으니 그런 감정적 오해는 잘 못된 것이 아니다. 옛이야기 속의 인물처럼 비셀스 규리하는 무 책임한 상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인물이고 어떤 경우에라도 자신의 이불을 벗기지는 않을 사람이다. 이이타에겐 그러했다.

‘하지만 아버님에겐 다르겠지. 당신의 딸이니까.’

그래서 이이타는 아버지가 어떤 감상적인 말을 하더라도 놀라 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쓸데없는 다짐이었다.

“그 애 때문에 나는 하늘누리를 끌어당기는 미끼가 될 수 없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제가 제거하려는 것은 서약 지지파의 철학이 아니야, 이이 타. 황제는 합리적인 사람이다. 사람의 머릿속을 뜯어고치겠다는 식의 환상은 황제의 고려 대상이 아냐. 따라서, 어떤 사람이 내 심 서약을 지지한다 해도 그것이 행동으로 표현되지 않는 이상 황제는 그것을 완전히 용인할 것이다. 실현의 소지를 제거하는 것으로 충분하니까. 그래서 황제는 나를 공격했다.”

“서약 지지파의… 구심점을 제거했습니다.”

“맞아. 황제를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바람이 아닌 불꽃이다. 사람들 사이에 어떤 바람이 불건 황제는 그것을 용인한다. 하지만 불꽃이 포착되면 즉각 달려와서 주저 없이 밟아 버리지. 쥐딤 에서 그러했고 규리하에서 그러했다. 바람이 아무리 분들 바람을 타고 일어날 불꽃이 없다면 큰불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지.” 

“그렇군요. 그런데 이제 아버님은 불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내 딸이 황제의 수중에 있으니 서약 지지파는 나를 신뢰하지 않을 거다.”

이이타는 이해했다. 아이저는 두 손을 깍지 껴 뒤통수를 받쳤다.

“물론 발케네 공도 안 된다. 사람들은 발케네의 어떤 것도 믿 지 않고 당연히 암살공 또한 신뢰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는 나 를 추대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게 비셀스를 데려와야 하지. 비셀 스가 내 약점이니까. 비셀스 문제가 해결된 후에야 나는 서약 지지파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스카리 빌파가…………….”

“맞아.

“하지만 아버님, 애초에 그것이 가능할 리 없습니다. 황제는 스카리와 누님이 결혼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까요.”

“바로 그 때문에 더욱 좋은 거다. 스카리 빌파에겐 도깨비감투 가 있거든. 억지로 스카리를 막으려 했다면 황제는 비셀스도 지 키지 못하고 체면은 체면대로 크게 깎였을 테지. 하지만 스카리 빌파의 바보짓 때문에 나는 당장은 미끼로서의 가치가 없다. 남 은 미끼가 하나 더 있긴 하지만………….”

“하나 더 있다고 하셨습니까?”

아이저는 자신의 가슴을 툭 쳤다.

“아아…….”

“그래. 『천경비록』이다. 황제는 이것을 원해. 규리하 공격은 두 가지를 한꺼번에 노리는 포석이었다. 서약 지지파의 구심점을 파괴하고 그 책을 손에 넣는 것이지. 황제는 그중 한 가지만 성 공했다. 『천경비록』은 얻지 못했지. 그런데 황제가 『천경비록』 한 권 때문에 이곳으로 올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책 한 권이 목 적이라면 솜씨 좋은 도둑을 고용하는 편이 낫지. 그래서 이것은 하늘누리를 끌어들일 미끼는 되기 어렵다.”

아이저는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비셀스 문제를 해결한 다음 이곳에서 내가 주동자가 되어 서약 지지파의 봉기를 일으켰어야 했다. 그것이 하늘누리를 이곳으로 유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그것이 계획이었습니까?”

“그것이 계획이었다.”

“그렇다면 아실이 그 모든 것을 짐작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지는 않을 거다. 아실은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암살공이 뭔가 미끼가 될 만한 것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을 수는 있지. 영리한 아이니까.”

“그래서 그것이 뭔지 알아보러 이곳에 온 거란 말씀이군요. 그 렇다면 더욱 가까이 둬서 알려 주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알려 줄 필요는 없다. 이곳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안 순간 상황 을 짐작했을 테니까. 하지만 우리는 저 아이를 피해야 해.”

“왜 그렇습니까?”

더 이상 공개되어도 무방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조금 고민한 후에 아이저는 이이타에게 손짓했다. 이이타는 책상을 돌아 아이 저에게 다가갔다. 아이저는 귓속말로 말했다.

“저 아이가 엄청난 부자이기 때문이야.”

이이타는 황당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뒤이은 아버지의 말은 그의 얼굴을 굳게 만들었다. 아이저는 지멘과 아실이 강탈한 세 금에 대해 말해 주었다. 이이타는 휘파람을 불 뻔했다. 아이저는 계속 귓속말로 말했다.

“그 돈은 우리가 가져야 한다. 암살공에게 줄 수 없지.”

이이타는 그렇다면 더욱 아실과 접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 고 싶었다. 아들의 속마음을 짐작한 것처럼 아이저가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아실과 접촉하면 안 되는 거다. 우리가 아실의 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살공이 알게 되면 우 리나 아실 모두 곤란해진다. 우리는 그 돈을 모르는 척해야 한 다. 우리가 가진 것이 『천경비록』한 권뿐인 동안은 암살공이 우 리에게 친절할 거야. 우리가 그 이상의 힘을 손에 넣으면 암살공 은 미끼로서의 쓸모가 적어진 나를 따돌리고 직접 『천경비록』을 연구해 보기로 작정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내가 다시 서약 지지 파를 결속시킬 힘을 얻거나 『천경비록』을 완전히 이해하게 될 때 까지는 아실에게 함부로 접근하면 안 된다.”

이이타는 침을 삼켰다. 아이저는 아들을 살짝 떠밀었고 이이타 는 자연스럽게 일어섰다. 이이타는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이저는 다시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아실이 왜 지멘을 빼돌렸는지도 알지 못한다. 참 대담한 아이지. 이곳에서 무력을 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 리고서는 겁 없이 혼자 암살공을 따라온 거야. 지멘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전에는 아실을 만나고 싶지 않구나.”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아이저는 아들에게 더 가르쳐 줄 것이 없나 생각해 보았다. 

“그 여자를 조심해라. 그 하녀의 목적을 모른다고 했지? 친근 하게 대하는 것은 좋지만 그 하녀가 너를 오해하게 해야 한다. 네가 어떻게 행동할지 다 안다고 믿게 해라.”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래. 좋아. 지금은 일단 몸을 사려야 한다. 스카리 빌파의 사랑 놀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곤하게 됐다. 락토 공작도 아 마 아들에게 실망했겠지.”

아이저 규리하의 예상대로였다.

그 시각은 어쩌면 부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정해져 있 는지도 모른다. 아이저 규리하가 아들과 대화를 나누던 시각, 암 살성의 다른 곳에서는 락토 공작이 스카리와 대화 중이었다. 하 지만 대화 분위기는 천양지차였다. 락토 빌파는 차갑게 말했다. 

“너를 바보 취급하지는 않겠다. 아무리 아들이라고 해도 나는 너를 그렇게 높게 평가할 수 없군.”

스카리는 철창이 없어지길 바라는 야수 같은 눈으로 아버지를 노려보았다. 락토는 난폭한 눈길로 그것을 마주했다. 만약 누군 가가 그들을 보았다면 두 사람의 눈빛이 똑같다는 것을 알려 줄 수 있겠지만 그곳에 그런 관찰자는 없었다. 스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하실 말씀은 그게 답니까?”

“앉아!”

“왜 그래야 합니까?”

“빌어먹을. 앉아서 내 말을 들어. 내 질문에 대답해. 너는 그 래야 해!”

스카리는 팔짱을 끼고 털썩 주저앉았다. 락토는 책상 서랍을 확 잡아당기고는 팔을 크게 휘저어 책상 위에 있는 물건을 모조 리 그 안에 쓸어넣었다. 거칠게 서랍을 닫은 락토는 의자에 비스 듬히 걸터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스카리는 비웃음을 지었다. 

“멀리서 뭘 집어던지시는 것이 안전할 텐데요.”

락토는 얼음장 같은 얼굴로 말했다.

“그 사실 때문에 화가 나지만 너는 내 아들이다. 아무도 너에 게 뭘 집어던질 수 없다. 나조차도. 나는 그것을 참을 수 없어.”

스카리는 이것이 혹 애정의 표현인가 의심을 품어 보았다. 그러고는 곧 자신에게 황당한 생각도 잘한다는 핀잔을 주었다. 락토가 말했다.

“도대체 왜 그 모양이냐? 술에 취해서 대장군의 지위를 날려 버린 걸로 부족하다는 거냐?”

스카리는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그 사실을 거론하다니 너무 야 비하다. 다른 사람들의 어떤 야유에도 굴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 만 스카리는 화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옛날 일 들춰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노화의 증거입니까?”

“허튼소리 집어치워라. 무슨 생각으로 부냐 헨로를 데려왔는지 말해라.”

“설명해야 합니까?”

“해!”

“그녀를 사랑합니다.”

“엘시 에더리보다 더?”

갈수록 심하다. 엘시의 이름을 거론하다니 작정하고 나선 것이 아닌가. 스카리는 벌떡 일어날 것만 같아 팔걸이를 움켜쥐었다. “무슨 의미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락토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엘시 에더리는 부냐에게 세계를 주려고 했다! 그녀를 용서하 는 세계, 부냐 헨로가 있어서 참 좋다고 말할 세상을! 그놈의 방 식이나 가능성 같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놈이 노리는 것이 세상 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부냐 헨로를 사랑 한다고 말하는 너는 부냐에게 탈옥수 신분 이외에 도대체 무엇을 줬냐?”

스카리는 눈 주위를 꿈틀거렸다. 락토는 스카리의 얼굴에 화인을 찍어 줄 듯한 기세로 아들의 표정을 살폈다. 스카리는 의자에 몸을 밀어 넣으며 그 시선을 피했다.

“아버지가 그런 몽상가의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실 줄은 몰랐 군요. 아버지는 그놈을 보지 못하셨습니다. 그놈을 모르시기 때 문에 그 병신 같은 자식을 과대평가하는 겁니다. 한 번이라도 에더리를 겪어 보신다면 그놈에게 줄 것이 경멸 외에 아무것도 없 다는 것을 알 겁니다.”

“못난 놈. 제 얼굴에 침을 뱉는구나.”

“예?”

“현자는 우자를 경멸하지 않는다. 경멸은 항상 그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지.”

스카리는 붉으락푸르락하며 아버지를 쏘아보았다.

“제게 뭘 원하시는 겁니까? 아버지의 명령을 듣지 않은 것을 사과하길 바라는 겁니까? 사과할 거면 애초에 하지도 않았습니 다. 저는 부냐와 결혼할 겁니다. 난동을 부리지 않겠다고 약속하 시면 그 혼례식에 아버지도 초청하지요. 그것이 제가 드릴 수 있 는 제안입니다. 그러기 어려우시다면, 아버지와 더 할 말은 없습 니다. 어쨌든 에더리 따위에게 비교나 당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남은 시간은 모두 부냐의 것이니까요.” 

“뭐라고? 누구의 것이라고?”

“부냐 헨로의 것입니다.”

락토는 창백한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암살공을 약간이라 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그런 얼굴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 을 것이다. 스카리 또한 그러했다. 지극히 낯설어서 부정해 버리고픈 얼굴을 보며 스카리는 숨을 멈췄다. 더 볼 수 없었다. 스카리는 일어섰다. 그는 더듬거리지 않으려 애쓰며 말했다.

“제 제안을…… 잘 생각해 보십시오.”

스카리는 문을 향해 돌아섰다. 분을 참지 못한 아버지가 서랍 에서 꺼낸 물건이 날아오기를 반쯤 기대하면서. 하지만 그가 문 가까이 다가갔을 때 날아온 것은 질문이었다.

“누구냐?”

스카리는 몸을 돌렸다. 락토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무슨 말입니까?”

“누가 네 귀에 그 계획을 불어넣은 거냐? 나는 너를 안다. 넌 그런 생각을 떠올릴 수 없다. 비셀스 규리하에게 청혼서를 보내 고 규리하 성에 모든 주의를 집중시킨 다음 부냐를 빼낸다는 계 획을 네게 알려 준 사람이 누구냐?”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그런 사람 아무도…….” 

“당연히 없을 거다! 그런 계획을 일목요연하게 중얼거린 녀석 을 찾으려면! 너 스스로 그 생각을 떠올렸다고 착각하게 했을 것 이다. 생각하지 마라! 이제 넌 생각 따위를 할 수 있는 놈이 아 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냥 두 가지만 떠올려라. 다른 건 다 필요 없다. 부냐와 비셀스라는 이름을 동시에 말한 녀석들 을 떠올려라. 그중에서 네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을 찾아라. 그 녀석이 너를 조종한 자다!”

스카리는 자신이 누구에게 조종당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말하 고 싶었다. 하지만 락토의 지적이 너무도 정확했기에 그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락토가 내세운 조건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인물이 그의 곁에 있었다. 하지만 스카리는 그 사람을 의심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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